자연의 소생술사, 이명호(Myoung Ho Lee)를 만나다 

  지난 2월, 월간미술에 소개된 사진작가 이명호(Myoung Ho Lee, 1975~)의 <나무>시리즈 작품을 접한 후, 내 머리와 몸과 마음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었다. 크게는 ‘예술의 종말(The End of Art)’이라는 말까지 치닫게 된 현대미술의 숱한 거대 담론들를 종식시켜버릴 답안 – 순수미술(Fine Art)의 ‘재현’ – 을 어쩌면 <나무>시리즈가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흥분에 휩싸이게 한 이유이며, 작게는 이성적 철학과 감각적•상대주의적 철학, 원자론과 유기체적 철학, 그리고 과학과 형이상학의 정의와 구분, 그리고 그에 관련된 물음들로 한참 고심하던 내게 명쾌한 정립과 적용을 가져다 준 이유이기도 하다.

  <나무>시리즈는 그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자연 풍경 속의 나무 한 그루를 사진에 담아내었으되, 그 나무 보다 조금 더 크고 넓은 하얀 광목 천만을 설치하여 사진 속의 주인공, 나무의 바탕화면으로 삼은 작품이다. 여기에는 바탕화면이라는 작가의 최소한, 단순한 개입만 있었을 뿐이다.

  이를 철학적으로 접근해보면 광목 천은 플라톤의 이성적 철학,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본체와 속성 중에 속성을 의미하고 나무는 본체를, 나무와 자연은 장자의 감각적•상대주의적 철학, 유기체적 철학을 의미한다. 이명호의 작품에는 크게 동양사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서양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전시를 가져본 적이 없으면서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지고 알아주게 된다. 이러한 보기 드문 사례는 디렉터와 인터넷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실감하게 해준다. 지난 2007년 서울 갤러리 팩토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이 있은 후, 디렉터 홍보라씨가 국•영문의 글과 그림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바로 그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세계 사진계의 권위지인 프랑스 《렌즈 컬처》, 네덜란드 《FOAM》 등에서 극찬의 글과 함께 집중 소개가 되었고 이것이 기폭제 역할이 된다. 이에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게 되고 작가는 뉴욕 사진 전문 갤러리인 ‘요시밀로’ 갤러리를 지목하여 개인전을 열게 되는 영광과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오는 5월 성곡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며, 2011년 학고재와 요시밀로 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나는 이미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그 곳으로의 미술여행을 떠날 준비가 이미 끝났으며, 하루 빨리 전시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 글: 월간미술 2월호 참조
– 사진출처: 요시밀로 갤러리( http://www.yossimil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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